필리핀 소득세 신고, 매출에 VAT까지 포함해야 할까?

Output VAT는 회사의 소득인가, 정부에 납부하기 위해 징수한 세금인가

JOHN LIM | 미국 뉴욕주 변호사
GROVERSE CONSULTING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사업자 역시 기본적인 세법의 구조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세금 신고를 사업자가 직접 할 필요는 없습니다. 회계사나 세무 담당자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실제 업무를 하다 보면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담당자마다 설명이나 처리 방식이 다른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됩니다.

최근 한 법인의 분기 법인소득세 신고서(BIR Form 1702Q)를 검토하면서 상당히 흥미로운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VAT 등록 법인의 소득세 신고에서 고객으로부터 받은 Output VAT까지 매출(Sales/Revenue)에 포함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세법상 답이 명확한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근거를 필리핀 세법에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1. VAT를 포함한 금액이 소득세 매출로 신고되어 있다?

VAT 등록 사업자의 POS 매출자료와 법인소득세 신고서를 비교하다 보면 고객이 실제 지급한 VAT 포함 금액이 소득세 신고서의 Sales/Revenue에 반영된 사례를 접할 때가 있습니다.

처음 이러한 처리를 접했을 때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오랜 기간 금융 및 세금 관련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특히 금융 관련 세금은 일반적인 기업 세무보다 구조가 복잡한 경우가 많아 관련 법령과 과세체계를 오랫동안 검토해 왔습니다.

그런 경험을 기준으로 보면,

고객으로부터 받아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세금을 기업 자신의 소득으로 보고, 그 금액에 다시 소득세를 계산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VAT는 회사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여 벌어들인 수익과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문제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더욱 흥미로운 설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회사를 폐업할 때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VAT를 포함한 금액을 매출로 신고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말 그럴까요?

한국과 해외의 세제를 오랫동안 접해 온 저에게는 상당히 낯선 설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던 세금에 대한 상식을 잠시 내려놓고, 필리핀 NIRC부터 BIR Revenue Regulations, 필리핀 대법원 판례까지 직접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2. 먼저 VAT의 본질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VAT(Value-Added Tax)는 기본적으로 간접세(Indirect Tax)입니다.

사업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고객에게 VAT를 받고, VAT 등록 사업자는 자신이 부담한 Input VAT와 고객에게서 받은 Output VAT를 정산하여 납부할 VAT를 계산합니다.

필리핀 National Internal Revenue Code(NIRC) Section 110(A)는 Output Tax를 VAT 등록 사업자가 과세대상 재화·재산 또는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임대할 때 발생하는 VAT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은 하나입니다.

고객에게서 받은 Output VAT가 사업자의 소득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필리핀 대법원의 설명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필리핀 대법원은 ABAKADA Guro Party List v. Ermita, G.R. Nos. 168056 et al. 판결에서 VAT의 작동방식을 설명하면서 고객이 사업자에게 상품가격 외에 VAT를 추가로 지급하고, 사업자가 고객에게서 받은 Output VAT를 모아 정부에 납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The output VAT collected by the business from the consumers accumulates, until the end of every quarter, when the enterprise is obliged to remit the collected output VAT to the government.”

즉,

사업자가 고객으로부터 징수한 Output VAT는 누적되었다가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VAT가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설계된 세금이며, 사업자는 Input VAT와 Output VAT를 상계한 후 그 차액을 정부에 납부하는 구조라는 점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설명은 Output VAT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회사의 계좌나 Cash Register에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과 그 돈 전부가 회사의 소득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3. 고객이 ₱112를 지급하면 ₱112가 모두 회사의 소득일까?

가장 단순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이 ₱100이고 여기에 12%의 VAT가 부과되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고객이 지급하는 금액은:

판매가격 ₱100 + Output VAT ₱12 = 총 결제금액 ₱112

입니다.

회사는 실제로 ₱112를 받습니다.

하지만 두 금액의 성격은 다릅니다.

₱100은 상품 또는 서비스 판매에 대한 대가이고,

₱12는 고객으로부터 징수한 Output VAT입니다.

필리핀 대법원의 설명대로라면 후자의 금액은 사업자가 고객에게서 징수하여 Input VAT와 정산한 후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Cash Received = ₱112

라고 해서 곧바로

Sales Revenue = ₱112

라고 보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구분은 회계뿐 아니라 소득세 계산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4. 한국 세법에서는 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먼저 제가 가장 익숙한 한국의 법인세법을 다시 확인해 보았습니다.

한국은 이 문제를 매우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법인세법 제18조(평가이익 등의 익금불산입) 제5호는 국내법인의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익금에 산입하지 않는 금액 중 하나로 다음을 명시합니다.

“부가가치세의 매출세액”

영문 법령에서도 그대로:

“Output tax of value-added tax”

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법인세법 자체가 부가가치세 매출세액(Output VAT)을 법인의 익금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부가가치세 매출세액은 법인세를 계산하는 기업의 소득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5. 미국 IRS의 기준도 확인해 보았다

다음으로 미국의 세무처리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미국은 필리핀이나 한국과 같은 VAT 제도를 사용하지 않고 주(State) 단위의 Sales Tax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세금의 구조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부담하는 세금을 사업자가 대신 징수하여 정부에 납부한다는 점에서는 비교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미국 IRS의 Publication 334, Tax Guide for Small Business, Chapter 5 – Business IncomeItems That Are Not Income이라는 항목에서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State and local sales taxes imposed on the buyer, which you were required to collect and pay over to state or local governments, are not income.”

즉,

구매자에게 부과되고 사업자가 징수하여 주정부 또는 지방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Sales Tax는 Income이 아니다

라고 IRS가 직접 설명하고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IRS Instructions for Schedule C (Form 1040), Line 23에서도 구매자에게 부과되어 사업자가 징수·납부해야 하는 State and Local Sales Taxes에 대해:

“These taxes are not included in gross receipts or sales…”

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에서도 기본적인 구조는 명확합니다.

고객에게서 받은 돈이라 하더라도 정부에 납부하기 위해 징수한 세금이라면 사업자의 Gross Receipts 또는 Sales와 구별합니다.


6. 그런데 필리핀에서는 왜 이렇게 찾기가 어려울까?

여기서부터 이번 조사를 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입니다.

한국의 법인세법 제18조 제5호처럼,

“Output VAT는 법인의 Gross Income에 포함하지 않는다.”

라고 소득세 조문에서 한 문장으로 정리된 필리핀 규정을 찾으려고 하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필리핀에서는 Output VAT를 회사의 소득으로 취급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NIRC의 VAT 구조와 BIR Revenue Regulations, 그리고 대법원 판례를 하나씩 연결해 보면 일관된 방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BIR 규정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BIR Revenue Regulations No. 2-2006입니다.


7. BIR은 VAT 등록자의 Gross Sales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Revenue Regulations No. 2-2006은 원천징수와 관련된 SAWT(Summary Alphalist of Withholding Agents)와 MAP(Monthly Alphalist of Payees) 등의 제출과 표시방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규정 안에 상당히 명확한 문장이 들어 있습니다.

먼저 Section 2(F)(8)은 SAWT와 MAP에 포함되어야 하는 Tax Base 또는 Income Payment/Gross Sales/Gross Receipts에 대해 VAT 등록 납세자의 경우:

“net of VAT or exclusive of VAT for VAT registered taxpayers”

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VAT 차감 후 또는 VAT 제외 금액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Section 2(G)(8)에서는 이를 다시 한번 명확하게 규정합니다.

“The tax base or amount of income payment/gross sales/gross receipt shall be exclusive of VAT for VAT-registered taxpayers…”

이를 그대로 옮기면,

“VAT 등록 납세자의 경우 Tax Base 또는 Income Payment/Gross Sales/Gross Receipts는 VAT를 제외한 금액이어야 한다.”

는 의미입니다.

적어도 이 규정에서 BIR이 사용하고 있는 개념은 매우 분명합니다.

VAT-Registered Taxpayer → Gross Sales/Gross Receipts → Exclusive of VAT

입니다.


8. 그리고 이 규정에는 1702Q(법인 분기소득세 신고서)도 등장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RR No. 2-2006은 SAWT와 BIR Form 2307을 첨부해야 하는 신고서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 목록에는 다음 신고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BIR Form No. 1702Q – Corporate Quarterly Income Tax Return

그리고 바로 다음에는:

BIR Form No. 1702 – Corporate Annual Income Tax Return

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물론 RR No. 2-2006의 직접적인 규율 대상은 SAWT/MAP 및 원천징수 관련 정보의 표시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규정을 살펴보는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BIR이 VAT 등록 납세자의 Income Payment/Gross Sales/Gross Receipts를 표시하는 기준을 직접 정하면서,

“shall be exclusive of VAT”

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앞에서 살펴본 필리핀 대법원의 Output VAT에 대한 설명과도 정확히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9. 필리핀 대법원 판례와 BIR 규정을 함께 놓고 보면

이제 두 가지를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필리핀 대법원은 ABAKADA Guro Party List v. Ermita에서 사업자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Output VAT를 누적하여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BIR은 RR No. 2-2006, Sec. 2(G)(8)에서 VAT 등록자의 Gross Sales/Gross Receipts를:

“exclusive of VAT”

라고 명시합니다.

한국에서는 더 직접적입니다.

법인세법 제18조 제5호부가가치세의 매출세액(Output tax of VAT) 자체를 법인의 익금에서 제외합니다.

미국 IRS 역시 Publication 334, Chapter 5에서 구매자가 부담하고 사업자가 정부에 납부하는 Sales Tax는 not income이라고 하고, Schedule C Instructions, Line 23에서는 그러한 세금은 gross receipts or sales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세 나라의 법률체계와 세금의 종류가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의 공통된 원리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업자가 고객에게서 받은 모든 돈이 사업자의 소득인 것은 아닙니다.

고객에게서 징수하여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세금과 사업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취득한 Sales Revenue는 그 성격을 구분해서 보아야 합니다.


10. 필리핀에서 사업한다면 세금 신고서를 한 번 더 확인해야 하는 이유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면서 모든 세법을 사업자가 직접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숫자에 대해서는 최소한 한 번쯤 질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이 금액이 Sales인가?”

“VAT가 포함된 금액인가, 제외된 금액인가?”

“이 금액을 Income으로 보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특히 신고서의 숫자가 회사의 POS, 장부 또는 재무제표와 크게 다르다면 담당자가 작성했으니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그 숫자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이번 문제를 확인하면서 NIRC, BIR Revenue Regulations와 필리핀 대법원 판례까지 다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낀 점이 있습니다.

세금은 많이 내는 것이 안전한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신고하고 정확하게 납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게 신고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법에서 요구하지 않는 세금을 단순히 안전하다는 이유로 더 납부하는 것 역시 기업의 올바른 세무관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업자가 힘들게 사업해서 만들어 낸 소득에 대해서는 당연히 정당한 세금을 부담해야 합니다.

그러나 회사의 소득이 아닌 금액까지 소득으로 계산하여 불필요한 세금을 부담할 이유도 없습니다.

필리핀에서 사업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라면 현지 회계사나 세무 담당자에게 업무를 맡기더라도 중요한 신고 숫자와 그 법적 근거만큼은 한 번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세법을 아는 것은 단순히 세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 본 글은 필리핀 세무제도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와 관련 법령·판례의 검토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기업의 구체적인 세무처리는 거래구조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